하드렌즈를 샀다
검사를 하면서 부터 별 아픔없이 착용이 가능해서, 이걸 진작 왜 안하고 있었을까 싶어졌다.
안경을 쓰지 않은 맨얼굴을 본 건, 기억하는한 인생에서 처음인 것 같다.
안경 도수가 높아서 그랬었던 것인지 어쩐것인지 여튼 생소한 얼굴 하나가 거울에 있었다.
쥐알이가 끝나고 어플라이 준비물들도 거진 끝나가는 이 시점에서
갑자기 하드렌즈를 주문했던건 지난주, 칠만원짜리 롱부츠와 칠만원짜리 샴푸와 삼만원짜리 컨디셔너,
그리고 이만이천원을 가지고 머리를 하고 나가던 길이었는데,
그러니까 미뤄놓고 외면하고 있던 것들이 끝나가고 있는 상황이 무의식적으로 이상하다. 라고 생각하고 있던 차였다.
'끝'이 났는데 시간은 계속 주어지고 있다.
그리고 기억하는한 학부에서 부터 계속되어왔던 그 증상들도 사라지고 있다.
무엇이었을까.
에 대해선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그저 지금에 와서 미루어 짐작하고 있는 것은, 나는 현실을 외면하고 있었다. 정도라는 것 뿐.
이만큼 올 수 있었던것은 아마도, 아니 거의 확실히 이번 여름부터 찾아보기 시작한 불교 티비의 동영상들 덕택이다.
하늘이 태양빛으로 그 색이 바뀌어 가듯. 우리들도 그렇게 원래 비어있다는 그 비유가 무척 아름다웠다.
아무쪼록 그 섬세한 사유들의 빛이 계속 이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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